"백서대로 다 했는데 왜 이렇게 얇습니까."
시장에 들어간 지 몇 주 된 프로젝트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백서에는 유동성 항목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비율도 적혀 있었고 예산도 잡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는 없었습니다.
백서의 유동성과 시장의 유동성은 다른 것입니다
백서의 유동성은 배분표의 한 줄입니다. 전체의 몇 퍼센트를 유동성에 쓴다는 문장이고, 그 물량이 어딘가에 배정돼 있다는 뜻입니다.
시장의 유동성은 호가창입니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 팔려고 할 때 받아줄 주문이 어느 가격에 얼마나 있는가입니다.
이것은 배정된 물량이 아니라 실제로 배치돼 작동하고 있는 주문의 합입니다.
두 가지는 이름이 같을 뿐 다른 것입니다. 첫 번째가 있어도 두 번째가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배정된 물량이 호가창의 주문이 되려면 그 사이에 여러 판단이 있어야 하고, 그 판단들이 빠진 자리가 얇은 시장입니다.
이 차이는 백서를 읽는 사람도 모릅니다. 유동성 비율이 적혀 있으면 준비된 것으로 읽습니다. 그래서 시장이 열린 뒤에야 양쪽 모두 알게 됩니다.
라운드가 채워진 날에는 자본만이 아니라 미래의 물량도 정해집니다
자금조달이 끝난 날은 프로젝트에서 가장 안심하는 날입니다.
그날 대개 두 가지가 정해집니다. 얼마를 받았는가, 그리고 그 조건이 무엇인가.
그런데 그 조건 안에 들어 있는 해제 일정은 곧 미래의 유통량입니다.
라운드가 여러 번이면 각 라운드의 해제가 어느 달에 겹치는지가 나중의 물량이 됩니다.
이날 정해지는 것은 자본만이 아니라, 시장이 언제 얼마나 받아내야 하는지도 함께입니다.
이 계산을 라운드가 끝난 날에 하는 프로젝트는 드뭅니다.
자금조달은 목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수단인데, 그날은 조달 자체가 목적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열리는 날 호가창은 며칠 전 배치의 결과입니다
유동성 물량이 얼마인지가 아니라, 그 물량이 어느 가격대에 어떤 폭으로 놓였는지, 누가 그것을 유지하는지가 그날 보입니다.
백서에 유동성 비율이 있었어도 이 배치가 없으면 호가창은 비어 있습니다.
그 설계가 언제 이루어졌어야 했는가. 답은 시장이 열리는 날이 아니라 그 훨씬 전, 유통량 곡선이 그려진 시점입니다.
두 날 사이에서 빠진 판단은 대개 같습니다
라운드가 채워진 날과 시장이 열린 날 사이를 되짚어보면 빠져 있던 판단은 대개 같습니다.
첫째, 해제 일정을 모두 합쳐 월 단위 유통량 곡선으로 그린 적이 없었습니다. 각 계약은 따로 검토됐습니다.
둘째, 유동성 규모를 유통량에서 역산한 적이 없었습니다. 백서의 비율은 다른 프로젝트를 참고한 숫자였고, 첫날 풀리는 물량과 무관했습니다.
셋째, 유동성 물량을 실제 호가로 바꾸는 주체와 방식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물량은 지갑에 있었고, 호가창에는 없었습니다.
넷째, 시장이 열린 뒤 그것을 유지할 사람과 기간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첫 주는 있었고 그다음 달부터 없었습니다.
다섯째, 유동성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가 정의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가격 근처에서 체결되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 가격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목적이 없으면 규모도 기간도 정해지지 않습니다.
다섯 가지 모두 백서에는 없는 항목입니다. 백서는 비율을 적는 문서이지 배치를 적는 문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은 FD가 반복해서 마주치는 순서 문제와 겹칩니다
FD인터내셔널이 반복해서 마주치는 문제 네 가지가 있습니다.
토큰부터 만들고, 기술부터 개발하고, 투자유치를 성공으로 착각하고, 거래소 상장부터 생각하는 순서입니다.
유동성이 시장에 없었던 프로젝트는 대개 세 번째와 네 번째를 함께 갖고 있었습니다.
라운드가 끝난 날 목표를 달성했다고 여겼고, 상장을 다음 목표로 잡았으며, 그 사이에 있어야 할 유통과 유동성의 설계는 어느 목표에도 속하지 않아 빠졌습니다.
순서를 바꾸면 같은 프로젝트가 다른 결과를 냅니다.
라운드가 끝난 날 해제 일정을 곡선으로 그리고.
그 곡선에서 유동성 규모를 역산하고.
그것을 호가로 바꿀 주체와 기간을 정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있으면 백서의 유동성이 시장의 유동성이 됩니다.
유동성 운영에는 자산 노출 관리가 따라옵니다
배치된 뒤에도 유동성은 계속 변합니다.
외부 사용자가 토큰을 매수하면 매도측 토큰이 줄어들고, 매도하면 매수측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됩니다.
한쪽으로만 체결이 이어지면 들고 있는 자산의 구성이 기울어집니다.
그 기울기를 보지 않고 주문만 다시 깔면, 어느 순간 한쪽이 바닥납니다.
그래서 유동성 운영의 절반은 가진 것을 세는 일입니다.
지금 토큰이 얼마나 남았는가.
스테이블코인은 얼마나 남았는가.
어느 거래소에 얼마가 놓여 있는가.
최근 들어오는 바깥 주문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가.
이대로 가면 며칠을 버티는가.
FD가 시장운영을 단순한 주문 생성이 아니라 자산운영의 영역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배분표와 호가창 두 장을 나란히 놓습니다
이 문제를 들고 오시면 FD는 먼저 두 장을 나란히 놓습니다. 백서의 배분표와 지금 호가창의 모습입니다.
두 장 사이에 무엇이 있었어야 했는지를 거꾸로 채워보면 빠진 판단이 드러납니다.
가장 자주 드러나는 것은 유동성 물량이 아직 지갑에 그대로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량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배치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경우는 늦었지만 되돌릴 수 있습니다.
되돌리는 순서도 같습니다. 곡선을 그리고, 역산하고, 주체를 정합니다.
더 어려운 장면은 유동성 물량이 이미 다른 용도로 쓰였거나, 해제된 물량이 시장에 나와 유동성이 흡수된 경우입니다.
이때는 물량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지 않을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하지 않는 결정 역시 전략입니다. 다만 하지 않는 것에도 다음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백서에 적힌 숫자와 시장진입 첫날의 실제 물량을 나란히 놓고 보는 일은 지금 바로 해보실 수 있습니다. 두 숫자가 크게 벌어져 있다면 그 간격이 이 글이 말한 다섯 가지 중 어디에서 생겼는지를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