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 로드맵에 "3분기 거래소 상장"이라고 적어도 될까요.
적는 것 자체는 자유입니다. 문제는 그 한 줄이 프로젝트가 정할 수 없는 일을 정한 것처럼 읽힌다는 점입니다.
상장 여부와 시점은 거래소가 정합니다.
그래서 백서에 쓸 수 있는 것은 상장 계획이 아니라, 심사받을 준비가 어디까지 돼 있는가입니다.
로드맵에 상장을 적는 순간 정할 수 없는 일이 약속이 됩니다
로드맵의 다른 항목은 팀이 통제합니다. 제품 출시, 기능 추가, 파트너십 체결은 늦어질 수는 있어도 팀의 일입니다.
상장은 다릅니다. 심사의 결과와 시점을 정하는 주체가 밖에 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을 통제하는 일처럼 적으면 두 가지가 생깁니다.
첫째, 읽는 사람이 그것을 약속으로 받아들입니다.
둘째, 그 약속이 어긋났을 때 설명해야 할 대상이 커뮤니티 전체가 됩니다. 일정이 밀린 것이 아니라 약속을 어긴 것으로 읽힙니다.
거래소는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주는 장소가 아닙니다. 이미 준비된 프로젝트가 시장에 진입하는 장소에 더 가깝습니다.
다만 더 큰 투자유치를 위해 거래소를 먼저 상장해야 한다면 그 방향성도 존중될 수 있습니다. 그 경우에도 백서에 적히는 것은 상장이 아니라 그 준비여야 합니다.
"상장"을 "준비 상태"로 바꿔 쓰면 문장이 달라집니다
같은 계획을 두 가지로 적어보겠습니다.
"3분기 거래소 상장."
이 문장은 결과를 적은 것입니다. 팀이 정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3분기까지 상장 심사에 필요한 준비를 마친다. 법인 구조 정리, 토큰 법적 성격 검토 완료, 컨트랙트 감사와 지적 사항 반영, 유통량 산정 기준 문서화, 초기 유동성 계획 수립."
이 문장은 과정을 적은 것입니다. 전부 팀이 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
두 번째 문장이 길어 보이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훨씬 많은 정보를 줍니다.
이 팀이 상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가 보입니다.
준비 상태로 적을 수 있는 것은 심사에서 실제로 확인되는 항목입니다
- 발행 주체의 법인 구조와 관할
- 토큰의 법적 성격에 대한 검토 (의견서가 필요하다면 법무법인이 발급하는 문서이고, 백서는 그 검토의 입력값입니다)
- 컨트랙트 감사와 지적 사항 반영 이력
- 유통량 산정 기준과 해제 일정
- 락업이 구조로 증명되는 방식
- 상장 이후 유동성과 운영을 맡을 주체
각 항목 옆에 완료 / 진행 중 / 미착수만 붙여도 로드맵이 됩니다.
분기가 아니라 상태로 적는 것입니다. 상태는 팀이 정하고, 분기는 거래소가 정합니다.
이 항목들은 어느 거래소를 목표로 하든 공통입니다.
빈칸이 드러나는 것이 이 방식의 장점입니다
"상장"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준비 항목으로 바꿔 적으면, 대개 몇 칸이 비어 있습니다.
법적 성격 검토를 아직 의뢰하지 않았거나, 유통량 산정 기준이 문서로 없거나, 상장 이후 운영을 맡을 사람이 정해지지 않았거나.
이 빈칸은 나쁜 소식이 아닙니다. 상장을 로드맵에 적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 것입니다.
빈칸을 채우는 순서가 곧 앞으로 몇 달의 일정이 됩니다. 그리고 빈칸이 다 채워졌을 때, 그때가 심사를 신청할 시점입니다.
빈칸을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항목마다 다릅니다. 오래 걸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 순서를 따르면 백서의 로드맵과 팀의 실제 업무가 같은 것을 가리키게 됩니다.
FD가 자주 보는 백서에서는 상장이 마지막 줄에 홀로 적혀 있습니다
로드맵 마지막 줄에 거래소 상장이 적혀 있고, 그 앞줄까지의 항목 중 어느 것도 상장 준비와 연결돼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제품 로드맵과 상장이 따로 놓여 있어서, 상장 시점이 왜 그때인지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준비 항목으로 적은 백서를 들고 오신 팀과는 대화가 다르게 흘러갑니다. 어느 칸이 비었는지가 이미 보이기 때문에, 첫 미팅이 현황 파악이 아니라 순서 정리로 시작됩니다.
가장 어려운 장면은 이미 커뮤니티에 상장 시점을 약속한 뒤에 오시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준비를 앞당기는 것보다 약속을 어떻게 바로잡을지가 먼저입니다. 그 대화는 준비 상태로 적었더라면 처음부터 필요 없었을 대화입니다.
가장 저렴하게 실수를 수정할 수 있는 시점은 실행하기 전입니다. 백서의 한 줄에서도 그렇습니다.
FD가 지키는 선을 그대로 프로젝트에 권합니다
FD인터내셔널은 상장을 약속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약속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에도 같은 것을 권합니다.
백서에 상장을 정해진 것처럼 적지 않는 것은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정할 수 없는 것과 정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정확함입니다.
그 구분이 문서에 드러나면 읽는 사람은 이 팀이 시장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것이 상장 시점을 적는 것보다 훨씬 강한 신호입니다.
커뮤니티에도 같은 방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상장 예정"이 아니라 "심사 준비 중이고 이 항목까지 마쳤다"는 공지는 늦어져도 약속을 어긴 것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