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프로젝트가 되겠다."
이 문장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문장으로는 내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글로벌은 목적지이고 방향은 첫 번째 시장에서 시작됩니다
목표와 방향의 차이는 내일 할 일이 정해지는가에 있습니다.
글로벌이 목표라면 방향은 "어느 시장의 어떤 사용자부터, 무엇이 검증되면 다음 시장으로"라는 순서입니다.
이 순서가 적히기 전까지 글로벌은 백서의 한 줄이고, 적힌 뒤에야 로드맵의 한 줄이 됩니다.
FD인터내셔널은 프로젝트가 진단 → 설계 → 실행 → 운영 → 확장의 순서로 간다고 봅니다.
확장이 마지막에 놓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검증된 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자본과 파트너와 국가로 나가는 것이 확장이기 때문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여러 시장에 동시에 펼치는 것은 확장이 아니라 분산입니다.
한 시장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것이 세 시장에서 검증될 이유는 없습니다.
여러 시장을 동시에 여는 것이 왜 분산인가
자원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시장이 둘이면 사용자도 둘, 커뮤니티의 언어도 둘, 거래소도 둘이 됩니다.
사업이 작동하지 않았을 때 그 이유가 사업에 있는지 시장에 있는지를 가릴 수 없게 됩니다.
한 시장에서 검증한다는 것은 변수를 하나로 줄여 원인을 읽을 수 있게 한다는 뜻입니다.
첫 시장은 작아도 됩니다. 원인을 읽을 수 있을 만큼 하나여야 합니다.
첫 번째 시장의 단위는 국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여기서 흔히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첫 시장을 국가로 고정하는 것입니다.
한 나라에서 먼저, 그다음 이웃 나라, 그다음 다른 대륙. 이 순서가 맞는 사업이 있고 맞지 않는 사업이 있습니다.
결제 사업이나 실물연계자산 사업처럼 가맹점과 자산과 정산이 특정 지역에 묶여 있는 사업은 국가가 시장의 단위일 수 있습니다. 그 지역의 사용자와 사업자가 실제로 참여해야 경제활동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프로토콜이나 네트워크 프로젝트는 사정이 다릅니다. 사용자가 국경이 아니라 언어권이나 체인을 따라 모입니다.
토큰의 역할 하나가 여러 국가와 사업자 사이의 디지털 경제활동을 연결하는 것인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프로젝트에서 첫 시장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특정 언어로 대화하는 커뮤니티이거나, 특정 체인 위의 사용자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첫 시장을 고르기 전에 시장의 단위부터 골라야 합니다.
우리 사업의 사용자는 국가로 묶이는가, 언어로 묶이는가, 체인으로 묶이는가.
단위를 잘못 고르면 시장을 잘 골라도 사용자가 없는 곳에 도착합니다.
국가가 단위라면 지역마다 조건이 다릅니다
디지털자산은 국경 없이 오가지만, 그것으로 하는 사업은 나라마다 다른 바닥 위에 섭니다.
규제의 선이 다릅니다.
사람들이 디지털자산을 쓰는 방식과 돈이 들어오는 통로가 다릅니다.
많이 쓰는 거래소가 다르고, 투자자가 움직이는 방식과 이야기가 오가는 채널도 다릅니다.
한 시장에서 통한 방식이 옆 시장에서 그대로 서지 않는 이유는 실력이 아니라 바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확장은 있던 서비스를 번역해서 다시 여는 일이 아닙니다.
FD는 대한민국을 발판으로 동남아시아·일본·중동을 봅니다. 지역마다 규제와 자본, 유동성, 사용자, 문화, 사업 네트워크가 달라서 시장진입 전략을 지역별로 따로 짭니다.
멀리 나갈수록 현지의 차이가 크게 보입니다.
다음 시장으로 넘어가는 기준이 적혀 있어야 합니다
단위를 골랐다면 두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첫째, 지금 우리 사용자는 실제로 어디에 있는가.
계획서에 적힌 시장이 아니라 지금 접속하고 대화하고 지갑을 연결하는 사람이 있는 곳입니다.
계획서보다 이미 생긴 사용자가 첫 시장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둘째, 첫 시장에서 무엇이 확인되면 다음 시장으로 가는가.
사용자 수인지, 반복 사용인지, 사업자 참여인지, 토큰이 사업 안에서 실제로 쓰이는 비율인지.
이 기준이 없으면 다음 시장으로 가는 시점을 기분이나 자금 사정이 정하게 됩니다.
기준이 있으면 확장이 판단이 됩니다.
기준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머무는 것도 선택지입니다
글로벌을 선언한 프로젝트가 한 시장에 오래 머무는 것은 후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채로 옮겨 간 시장은 첫 시장의 문제를 그대로 가져갑니다.
하지 않는 결정 역시 전략입니다. 다만 머무르기로 했다면 무엇이 확인되면 나갈지를 함께 적어 둡니다.
글로벌은 선언이 아니라 판단에서 시작합니다
더 큰 실행보다 더 나은 판단을 먼저.
여러 시장을 동시에 여는 것은 큰 실행입니다. 어느 시장부터 갈지 고르는 것은 작은 판단입니다.
그런데 그 작은 판단이 없으면 큰 실행은 검증할 자리를 잃습니다.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시장 하나와 사용자 하나로 바꿔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한 줄이 써지면 글로벌은 방향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