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컨설팅을 받고 나면 두툼한 문서가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업 모델의 약점, 토큰 구조의 공백, 기술 부채, 커뮤니티 규모, 상장 준비 상태까지 문제가 수십 개 정리돼 있습니다.
하나하나 틀린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문서를 받은 팀이 다음 주에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순서가 없어서입니다.
진단은 문제를 세는 일이 아니라 첫 번째 문제를 고르는 일입니다
진단이라는 말은 보고서 한 권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FD인터내셔널이 생각하는 진단의 결과물은 목록이 아니라 한 줄입니다.
지금 이 프로젝트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 하나.
나머지가 틀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첫 번째 문제가 풀린 뒤에야 순서가 매겨지는 것들입니다.
문제 목록이 길수록 프로젝트가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수십 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팀은 없고, 어느 것부터 풀어야 하는지 목록은 말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순위가 없는 진단서는 팀의 불안을 키우는 데는 정확하지만 다음 행동을 정하는 데는 쓸모가 없습니다.
목록이 길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진단서는 보는 사람마다 자기 영역의 문제를 적기 때문입니다.
토큰을 보는 사람은 토큰의 문제를.
기술을 보는 사람은 기술의 문제를.
시장을 보는 사람은 시장의 문제를.
각 영역에서는 맞는 지적입니다.
다만 그 지적들을 한 장에 모아 놓아도 어느 것이 앞이고 어느 것이 뒤인지는 저절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영역을 가로질러 순서를 정하는 일이 진단의 본체이고, 그 일은 목록을 만드는 일과 다릅니다.
첫 번째 문제는 두 질문에서 나옵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FD가 던지는 질문은 두 개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
현재 그 방향으로 가는 방법이 맞는가.
첫 번째 질문에는 많은 팀이 답합니다. 글로벌 거래소, 사용자 확대, 특정 산업의 결제 인프라.
문제는 두 번째 질문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 목적지로 가는 길 위에 있는지를 묻는 순간, 목록에 있던 문제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 문제가 아닌 것"으로 빠져나갑니다.
방향과 무관한 문제는 아무리 심각해 보여도 첫 번째가 될 수 없습니다.
영역을 끝까지 보는 이유는 문제를 여러 개 남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두 질문에 답한 뒤에는 프로젝트를 영역별로 봅니다.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사업 → 제품 → 디지털자산 → 기술 → 자본 → 사용자와 성장 → 시장진입 → 상장 이후 운영
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앞 영역이 비어 있으면 뒤 영역은 아직 판단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업이 정리되지 않은 프로젝트의 상장 준비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덟 영역을 끝까지 보더라도 결과는 한 줄로 좁혀집니다.
순서상 가장 앞에서 처음으로 비어 있는 자리. 그것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끝까지 보는 이유는 문제를 여덟 개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한 줄이 정말 가장 앞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긴 목록을 들고 오셨다면 할 일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입니다
두 질문을 다시 묻고, 방향과 무관한 것을 걷어내고, 남은 것 가운데 순서상 가장 앞에 있는 하나를 고릅니다.
그 하나는 처음 목록의 첫 줄에 있던 것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목록은 눈에 띄는 순서로 적히고, 진단은 되돌리기 어려운 순서로 적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대개 지금 아픈 것입니다. 되돌리기 어려운 것은 대개 아직 아프지 않은 것입니다.
그 한 줄이 정해지면 달라지는 것은 목록의 길이가 아니라 다음 주입니다.
나머지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이 아니라 "그다음"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같은 문제가 보여도 원인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진단에서 특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거래량이 부족한 두 프로젝트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호가와 유동성이 너무 얇아서 사용자가 거래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충분한 유동성이 있지만 실제로 거래하려는 사용자가 부족한 것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결과는 둘 다 "거래량 부족"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필요한 일은 정반대입니다.
커뮤니티가 작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케팅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브랜드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제품 자체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좋은 컨설팅은 문제의 이름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 한 줄은 외부의 도움 없이도 적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 특별한 도구는 없습니다. 두 질문과 순서뿐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스스로 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지금 하는 일이 그 길 위에 있는가.
사업에서 시장운영까지 내려가면서 처음으로 비어 있는 자리가 어디인가.
세 가지에 답하면 첫 번째 문제는 한 줄로 나옵니다.
한 줄이 잘 써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질문의 답이 팀 안에서 서로 다르거나, 비어 있는 자리가 둘 이상으로 보이거나, 첫 줄로 고른 것이 정말 가장 앞인지 확신이 없을 때입니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진단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FD가 진단하는 목적은 문제를 많이 발견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확하게 발견하는 것입니다.
더 큰 실행보다 더 나은 판단을 먼저. 진단 단계에서 이 원칙이 가장 자주 시험받습니다.